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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영화 소개

도그맨(Dogman, 2018) - 마테오 가로네 감독

by mystory4460 202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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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도그맨(Dogman, 2018) 리뷰

이탈리아 영화계의 거장으로 떠오른 마테오 가로네(Matteo Garrone) 감독의 작품 도그맨(Dogman, 2018)은 강렬한 시각적 연출과 인간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스토리텔링으로 국내외 평단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2018년 칸영화제에서 마르첼로 폰테(Marcello Fonte)의 뛰어난 연기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이탈리아의 어두운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강력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1. 줄거리

도그맨은 한적한 해변가 마을에서 작은 애견 미용실을 운영하는 주인공 마르첼로(마르첼로 폰테 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마르첼로는 개를 돌보고 손님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어딘가 어색하지만 선량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이웃들 사이에서 폭력적이고 두려운 존재로 악명이 높은 시모네(에도아르도 페셰 분)가 등장하면서 마르첼로의 일상은 예상치 못한 갈등과 위협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시모네는 마르첼로를 이용해 온갖 불법 행위를 벌이려 하고, 마르첼로는 그 사이에서 친절과 비굴함, 그리고 자기만의 자존심을 지키려 분투합니다. 결국 마르첼로의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과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한계를 넘어서게 되고, 영화는 처절하면서도 강렬한 결말로 향합니다. 평범한 소시민인 마르첼로가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일 수 있는지를 무겁지만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2. 시대배경

도그맨은 현대 이탈리아의 변두리를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 속 배경은 해변 인근의 쇠락한 도시 풍경으로, 과거에는 관광지나 휴양지로서 번영했지만 현재는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으로 인해 활기를 잃은 지역으로 그려집니다. 점차적으로 무너지는 건물과 황량한 거리, 그리고 경제적·사회적 빈곤이 뒤섞인 분위기가 영화를 지배합니다.

이런 배경은 단순히 미학적인 요소를 넘어, 오늘날 이탈리아 사회가 마주한 소외와 빈곤, 범죄 문제를 간접적으로 상기시킵니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전작 고모라(Gomorrah)에서도 그렇듯이 범죄 조직이나 빈곤층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시도해 왔습니다. 도그맨 역시 감독의 일관된 관심사 속에서 그 현실성이 더욱 돋보입니다.

 

3. 감독의 대표작 소개

마테오 가로네(Matteo Garrone)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사실적이면서도 서늘한 연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음은 그의 대표작들을 간단히 살펴봅니다.

  • 고모라(Gomorrah, 2008): 나폴리 범죄 조직인 ‘카모라’를 다룬 작품으로, 가로네 감독을 세계 무대에 알린 작품입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다큐멘터리적 스타일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 리얼리티(Reality, 2012):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애쓰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며, 현대 사회가 가진 ‘관심에 대한 집착’을 풍자적으로 표현했습니다.
  • 테일 오브 테일즈(Tale of Tales, 2015): 고전 동화를 어둡고 환상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가로네의 다채로운 연출력이 돋보입니다.
  • 피노키오(Pinocchio, 2019): 카를로 콜로디의 원작 동화를 기반으로, 독특하고 몽환적인 비주얼을 통해 이탈리아의 전통 동화를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입니다.

가로네 감독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사실주의적인 카메라 워크로 담아내는 데 탁월합니다. 이번 도그맨에서도 그러한 연출적 특색이 여실히 드러나며, 이탈리아 사회의 그림자와 소시민의 극단적 상황을 숙고하게 만듭니다.

 

 

4. 주연배우의 대표작

이 작품에서는 특히 마르첼로 폰테(Marcello Fonte)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고, 소박하면서도 내면에 불안과 고뇌를 품은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폰테는 형제여 어디 있는가?같은 작은 배역 경험을 거쳐 도그맨으로 본격적으로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악역 시모네를 맡은 에도아르도 페셰(Edoardo Pesce) 역시 다양한 이탈리아 영화와 드라마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여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파손된 방어(TV 시리즈) 등에서 극 중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성향의 캐릭터를 실감 나게 표현해, 도그맨에서의 배역 역시 설득력 있게 소화했습니다.

 

 

5. 오늘날의 시사점

도그맨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폭력의 사회에서 개인은 과연 무엇을 지켜낼 수 있는가?”입니다. 사회적 약자는 때로는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고, 순수한 마음도 끊임없이 이용당하며 무너질 위기에 놓입니다. 이는 비단 이탈리아 변두리 마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경쟁 구도에서 소외당하는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주제입니다.

가로네 감독은 도그맨을 통해 "폭력과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가"라는 보편적인 고민을 던집니다. 마르첼로가 시모네의 폭력에 의해 점차 내몰리는 모습을 통해, 사람은 한없이 착하기만 해도 아니 되고, 그렇다고 폭력으로 맞서기만 해도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양면성을 드러냅니다. 이는 오늘날 불안정한 고용 환경, 극단적인 빈부 격차, 그리고 나날이 표면화되는 폭력 문제에 대한 은유로도 읽힙니다.

 

 

6.  감상평

저는 40대 중반의 직장인으로,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가장입니다. 도그맨을 보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마르첼로는 순수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지만, 동시에 무시당하기를 두려워하고 약자로서 비참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가 어쩔 수 없이 범죄에 발을 들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 역시 “만약 내가 이 상황에 처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불합리한 폭력과 부조리는 개인이 결코 홀로 이겨내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현실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래서인지 마르첼로가 마지막 장면에서 내뱉는 행동과 표정을 보면서, 그의 절망과 동시에 기묘한 해방감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나약함과 폭력의 악순환이 어떻게 자리 잡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도그맨은 강렬하고 답답한 영화였지만, 그만큼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폭력성에 대해 깊이 숙고할 기회를 제공해 준 작품입니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결코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을 정직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가로네 감독의 작품 세계에 한 번 더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도그맨은 개인의 내적 변화와 사회적 부조리를 교차시키는 마테오 가로네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악의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면모를 드러내는가,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과연 온전히 빛을 발할 수 있는가를 묻는 이 영화는, 폭력과 순수함의 경계에서 ‘인간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폭력, 사회적 소외, 경제적 빈곤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가 어떤 식으로 인간관계에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결국 관객 스스로 자신이 이 이야기에 어떻게 대입되는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영화를 관람한 후에는 가볍지 않은 여운이 남지만, 그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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